제발 사고 안나게 해주세요! 전 세계 자동차 고사 스토리

Posted by DAKI MAGAZINE
2017.09.11 12:41 자동차 POP & 랭킹쇼

사람들의 삶을 보면 행복이나 목표 등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조상님이나 신 등 다양한 초월적 존재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특히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안전을 위해 지내는 고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과 행동양식이 다를 뿐 그 기본 프레임은 동일하다.


비슷한 이유로, 자동차를 대상으로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지금 당장 네이버 검색창에 ‘자동차 고사일 택일’이라고 검색하면 최근 날짜로 어느 날이 좋을지 질문하는 운전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 고사 지내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자동차에 대한 고사를 치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자동차 고사를 치르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나라의 고사 문화



고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토속신앙 중 하나다. 고사는 한문으로 ‘告(고할 고) 祀(제사 사)’로써 계획이나 일 또는 집안이 잘 되기를 바라며 지내는 제사를 의미하며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제사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되어있는 민속자료에 따르면, 고사의 종류 중 ‘자동차 고사’가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 의식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고사'의 절차는 크게 보면 제사와 비슷하며 단지 고사를 위해 올리는 음식이나 물품들이 조금 다르다.



첫째, 트렁크를 포함한 자동차 문을 모두 연다.


둘째, 고사를 지내기 위한 제물로 삼색 과일(붉은색, 금색, 갈색)과 삼색나물(흰색, 갈색, 푸른색), 액막이에 주로 사용되는 팥고물이 가득 들어간 시루떡이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술(막걸리 또는 정종)과 북어 명주실이 포함된다.


셋째, 일반 제사와 같이 절을 하고 마음속으로 ‘사고 안 나게 해주세요’ 등 바라는 바를 언급한다. 그 후 따라 놓은 술을 자동차 타이어에 뿌리고 북어와 명주실은 차량 내부에 보관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동차 고사를 마치게 된다. 과거 제사에 대한 인식이 강했던 시절에는 이 모든 과정을 대부분 지켰지만, 요즘은 일반 떡과 술 만으로 고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일부 운전자들의 경우 자동차 앞에 달걀 또는 잘 깨지는 바가지를 두고 타이어로 깨트려 액땜하기도 한다. 



간혹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타이어에 술을 뿌리게 되면 악취가 생겨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북어를 보닛 내부에 넣어둘 경우 고양이나 쥐가 들어가 차량 내부 배선에 손상을 주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따라서 자동차 고사는 야외에서 할 것을 권장하며 북어는 가급적 넣어두지 않는 것이 안전 및 위생상 좋다.
   

비즈니스와 종교의 콜라보, 일본의 자동차 고사



해외 자동차 고사를 언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나라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과거부터 신들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신사가 있으며 제사 또한 아주 흔하다. 특히 일본의 사찰에서 진행하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 불공’이 주목할만하다.
   
이 ‘안전 불공’은 시대가 변하면서 위축된 불교 사찰에서 강구한 특단의 대책으로, 1970년대 경제성장기에 접어들 무렵 보험사 또는 자동차 대리점과 사찰이 제휴를 맺고 차량, 보험 등을 판매하고 안전을 기원하는 염불을 외웠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



이때문에 ‘안전 불공’ 과정을 보면 자동차 대리점 직원이 차량 구입에 대한 전달식 및 감사 인사를 하고 승려는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덕담과 함께 사케(일본 전통주)를 차량 바퀴에 골고루 뿌리고 의식을 마친다.
   
의식이 간단하면서도 종교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도의 신성한 의식 푸자



종교의식하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나라로 인도가 있다. 인도는 종교와 삶이 어우러져 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식 하나가 있는데, 바로 ‘푸자(Puja)’가 그중 하나다.
   
'푸자'는 힌두교 제사의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의 이름으로 제물을 바친 뒤 악한 기운을 쫓아내고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바퀴로 굴러가는 것을 포함하여 믹서기, 스토브, TV, 컴퓨터 등 거의 모든 제품에 ‘푸자’ 의식을 치를 수 있다. 즉, 만능 축복 의식으로 통한다.



푸자 의식을 하기 위해 약간의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가까운 힌두교 사원에 전화를 하여 의식을 치를 날짜를 정하고 힌두교 사제인 ‘푸자리(Pujari)’를 부르게 된다.
   
약속한 날짜가 되어 푸자리가 도착하면, 의뢰인은 푸자리에게 의식을 위해 필요한 금액인 31~41달러 정도를 지불하게 된다. 특히 짝수 금액은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1과 같은 홀수로 정한다.
   
금액이 지불되었으면, 의뢰인은 자동차를 깨끗이 닦고 4개의 레몬, 코코넛 1개, 대시보드 위에 배치할 코끼리 모습을 한 힌두교 신인 ‘가네샤 우상’을 준비한다. 참고로 ‘가네샤’는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신들 중 하나로, 지혜와 행운의 신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가네샤 우상’이 있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푸자리’는 성수를 준비하고 의뢰인은 손을 세 번 씻게 된다. 그다음 오른손으로 ‘푸자리’가 들고 있는 쌀을 차 앞쪽에 뿌린다. 이때 쌀 대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차량에 쌀이 뿌려졌으면 ‘푸자리’는 오른손의 가운뎃손가락으로 강황 가루 또는 샌달우드 오일(백단유 기름)을 사용하여 보닛 위에 ‘만(卍) 자’를 그린다. 
   
불교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는 ‘卍’이라는 문자는 ‘스와스티카(Swastika)’로 부르기도 하며 원래 힌두교에서 행운의 상징이며 능숙함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단어다.




그다음 쌀을 다시 뿌리고 진언인 ‘만트라’를 읊은 뒤 향을 피우고 핸들 근처에서 세 번 돌린다. 여기까지 의식을 마쳤다면 ‘푸자리’는 차량 내부에 ‘가네샤 우상’을 대시보드 위에 두고 3 가지 곡물이 든 작은 케이스를 시동키 근처에 붙여둔다.
   
의뢰인은 그동안 코코넛을 준비하여 코코넛 물을 타이어에 뿌리고 레몬을 각 타이어 아래에 하나씩 두고 자동차로 밟는다. 이때 코코넛 남은 내용물은 우리나라의 음복과 비슷한 의미로 의뢰인이 먹게 된다.
   
마지막으로 힌두교 사원 앞에 마련된 원형 도로로 이동하여 세 번 정도 돌아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의식을 마치게 된다.
   
과정을 이렇게 나열해 놓게 되면 생각보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15~20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의식이다.
   

심플한 북미와 유럽의 차량 축복 의식



기독교 중심 생활 양식이 자리 잡은 북미와 유럽권 국가 대부분은 실용성을 생각하여 자동차 고사와 유사한 문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자동차가 탄생한 곳답게 자동차 고사가 먼저 시작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의식으로 미국 동부권의 경우 자동차를 구매한 뒤 대시보드 위에 동전을 올려두는 관습이 있다. 동전 자체가 행운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낼 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차를 구입한 운전자의 가족이 자동차 바닥에 동전을 던지는 의식이 있다. 앞서 언급된 대시보드 위 동전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디언들의 전통 액막이 장신구인 ‘드림캐처’를 룸미러에 걸어놓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하기도 한다. 사실 이 의식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종교에 따라 적합한 물건을 걸어놓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염주, 십자가, 묵주, 부두교 인형 등이 있다.



그리고 북미와 유럽 전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자동차에 축복을 내리는 의미로 기도문을 외우기도 한다. 기도문 내용을 요약하자면 “거룩한 주님의 은총으로 천사들이 운전자 옆에서 동행하여 온갖 위험으로부터 지켜주세요.” 정도다. 
   
기도문 낭송이 끝나면 성수를 차량에 뿌리고 축복 의식을 마친다. 물론, 집집마다 기도문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신성 속성 추가, 러시아의 차량 축복 의식



러시아는 인구의 75%가 동방정교에서 유래된 러시아 정교를 믿고 있다. 러시아 정교의 사제들은 온갖 물품에 축성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과거 십자군 원정 당시 기사들과 각종 물품에 축복을 내린 것이 시초다.



축성식 과정은 간단한데, 러시아정교회 사제들은 축복을 내릴 물품을 정하고 성수를 뿌리며 기도문을 외운다.






여담으로 러시아 정교회 소속 공수사제단(군종사제)은 야전에 천막 교회를 세우기 위해 낙하산 배낭을 착용 후 군용 수송기에 오르는데, 목적지 근처에서 뛰어내려 간이 교회를 세우게 된다. 이후 AK 소총을 시작으로 미사일 탱크 등 온갖 무기에 축성식을 하고 적군을 물리칠 힘을 부여한다.
   
물론 게임처럼 신성 속성이 추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장에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에디터 한마디


자동차와 스마트 기기가 연동되고,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하는 21세기, 현대 문물만이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새 차를 구매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자의 의식을 치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고사, 일본은 불교식 염불, 인도는 푸자, 북미는 가톨릭 식 축복, 러시아는 축성식 등 국가마다 다르다.
   
세월이 흘러 22세기, 23세기가 되더라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간절한 소망이 남아있다면, 이러한 의식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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