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대우차 라노스 :: 다키

로미오와 줄리엣? 대우차 라노스

Posted by DAKI MAGAZINE
2017.12.30 18:35 자동차 스토리

라노스, 아마 90년대 중후반을 대표한 소형차 하나를 떠올려보면 곧바로 생각해내기 힘든 그런 자동차다. 하지만 “너 혹시 라노스 알아?”하고 묻는다면 “아 그 차? 맞아 그런 차도 있었지!”하고 맞장구를 칠지도 모른다.


라노스에 대해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영화배우 정우성이 CF로 나왔던 자동차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노스는 이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자동차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자동차인지 잠시 들춰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992년 말, 대우차는 독자 개발을 위해 GM과 관계를 정리했다. 이를 위해 GM이 소유한 주식 전량을 소유하게 됐고, 홀로서기가 시작된 이후 생산공장 증설을 진행했다.

 

1993년 가을, 대우차는 소형차 개발 프로그램 ‘S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S 프로젝트로 개발되는 차는 소형차로, 개발코드명 ‘T100’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당시 대우차는 내수는 물론이고 세계시장 진출까지 고려한 월드카 개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 설계를 시작으로 엔진 개발 등 거의 모든 면에 있어 기본기가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IAD 그룹의 워딩 테크니컬 센터를 인수 후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 (DWTC)로 개명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때 워딩 테크니컬 센터의 핵심인력과 설비 일체를 인수했고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기반을 습득하게 됐다. 이때 DWTC를 통해 출시된 자동차들로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마티즈가 있다. 

 

또한 대우차 독일 연구소를 설립해 동력 전달 계통 연구를 진행하는 등 기술 독립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강구했다.


이런 노력 끝에 1996년 말, 라노스가 출시됐다. 라노스는 라틴어 Latus + Nos의 합성어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차’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경쟁 차량으로 현대 엑센트와 기아 아벨라가 있다.





디자인은 자동차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담당했는데, 라노스가 출시되기 전인 1994년 선보인 ‘No.1’이라는 콘셉트카를 약간 수정한 것이라 한다. 



전체적으로 유럽풍 디자인에 유선형 공기역학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젊은 감각을 강점으로 소형차 시장을 노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형차면서 실내공간이 비교적 넓어 실용적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

    

라노스는 1996년 4도어 세단 출시를 시작으로 이듬해 3도어 해치백 라노스 로미오와 5도어 해치백 줄리엣을 선보였다. 당시 대우차는 “해치백 특유의 편의성과 멋을 위해 둥근 디자인을 채택했다. 특히 고속주행 시 안정성을 고려했다.”라고 언급해 실용성 외에도 ‘운전의 재미’를 어느 정도 생각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또한 세단 모델과 달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뒷좌석 강성을 강화해 후방 충돌 안전성을 높여 탑승객 안전에 신경 썼다고 한다.




좀 더 살펴보면 줄리엣은 타고 내리는데 편한 세단의 장점과 해치백 느낌을 살린 레저용 자동차며 후면에 통유리를 적용해 개방감을 살렸다. 그리고 로미오는 스포츠 패션 카로 라노스 세단과 같은 엔진을 사용하거나 한 단계 높은 113마력, 16.3kg.m 출력의 1.6L DOHC 엔진을 탑재하기도 했다. 여기에 리어 스포일러 장착, 와이퍼와 가스 배출구 크롬 장식 등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세단-로미오-줄리엣으로 이어지는 개성만점 라인업은 당시 소비자이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1999년에는 현대 베르나와 기아 리오에 대항하기 위해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라노스 2를 출시해 소형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대우그룹 위기, 라노스 2 디자인 부정적인 평가 등이 겹치면서 판매 하락이 이어졌고 결국 2002년 후속 모델 칼로스가 뒤를 잇게 된다.


주행성능의 경우 출시 초기 1.5L SOHC / 1.5L DOHC 가솔린엔진을 탑재해 96/110마력에 14.0/14.3kg.m 토크 성능을 보였고 수동 연비 15.5km/L, 자동 연비 13.6km/L를 기록했다. 이후 84마력에 12.1kg.m 토크 성능을 갖춘 1.3L SOHC 모델을 추가했다. 

 

아주 뛰어난 성능은 아니지만 차체에 맞는 적당한 엔진을 사용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자동차라는 후기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 주행중 진동이 심하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출시 당시 대우차 임원에 따르면 “소형차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소형차 시장의 판도를 새로 짜는 전략 모델이다.”라는 말로 라노스를 표현했다. 라노스는 관계자의 말대로 소형 승용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액센트와 아벨라의 대항마로 등장했는데, 출시 첫날 6,709대 계약을 이뤄내며 당시 국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를 기반으로 라노스는 대우차의 대들보 역할을 해내며 내수 2위 기아차를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한다. 특히 출시 두 달만에 이전 모델인 씨에로의 1년 치 판매량과 맞먹는 실적을 올려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했다. 이때만 해도 현대 액센트의 독주로 동급 모델들이 힘을 못쓰던 시기였기 때문에 라노스의 활약은 현대가 긴장의 고삐를 쥐게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


게다가 동유럽, 이집트, 베트남 등지에서 라노스의 인기가 높았는데 특유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1998~1999년 동안 내수시장의 2~3배 되는 판매량을 올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2002년 라노스 단종 이후에도 꾸준히 생산되기도 했으며 대우 브랜드가 사라진 이후 ZAZ,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출시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라노스의 독주는 얼마 가지 못해 제동이 걸리게 된다. 1998년 대우그룹 위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1999년 출시한 라노스 2는 소비자들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끌어내는데 그쳐 실적 악화까지 겹쳤다. 


라노스 2는 세단의 경우 리어램프 세로 배치, 내장재 개선 등 상품성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후면 디자인이 별로라는 평가가 많았다. 게다가 공중분해 직전의 회사에서 만든 자동차라는 인식은 실적 하락을 부채질한 결과를 낳게 됐다. 결국 2002년 단종과 함께 칼로스를 출시한다.

 

여담으로 대우차의 핵심인 DWTC 연구소는 영국 현지 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모터스포츠 전문 제조사인 TWR 사에 90억에 매각했다. 동시에 핵심인력들 또한 TWR 사에 흡수됐다.      


라노스는 유럽형 디자인에 실용성을 강조한 구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라이프 성향과 맞아 떨어지면서 출시 초기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때 ‘잘 나가던’시절이 있었다.

 

라노스를 비롯해 아벨라 등 90년대를 장식했던 자동차들을 보면  과거 출시된 차량을 현대적으로 리뉴얼 하면 인기가 많을 법한 자동차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중 라노스도 수많은 운전자들의 리뉴얼 희망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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