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티구안입니다. 다시 만나서 반갑죠?

Posted by DAKI MAGAZINE
2018.08.23 08:00 자동차 스토리&차소서&차소설

안녕하세요! 티구안입니다. 아마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유명인사는 세계 곳곳을 누비기 때문에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아는 그런 존재지요. 

 

앗, 그런데 아직도 절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혹시 그게 여러분인가요? 아니, 다른데 둘러보지 마시고, 휴대폰 켜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말이에요 (-_-)

 

아…이거 바쁜데… 뭐, 특별히 시간 내서 제가 누구인지 알려드릴게요. 대신 한잔하면서 이야기해볼까요? 

 

(여기 맥주 2,000cc에 소시지 좀 갖다 주세요~!) 아니 왜, 당황하고 그러세요 원래 사주시려고 했잖아요 ㅎㅎ 



티구안 등장! 제가 누구냐고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독일 니더작센 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공장입니다. 제 위로 맏형 아틀라스, 둘째 형 투아렉이 있고 셋째 형 골프가 있습니다. 더 있기는 한데… 제 이야기인데 더 말해줘야 하나요? 


  

 

어쨌든 저는 집안을 관리하던 관리사무소장인 마틴 빈터코른(Martin winterkorn) 아저씨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죠. 이 아저씨가 관리소장을 맡기 전에 우리 집은 벤츠와 경쟁할 수 있는 프리미엄 대형 세단 페이톤 사촌 형을 간판으로 내세웠습니다. 나름 고급화 전략으로 집값을 올리고 싶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벤츠가 쌓아 올린 명성이 어디 하루 이틀 만에 생겼을까요? 

 

우리 집도 나름 오래된 기업이라 하지만, 벤츠는 공학자 출신, 우리 집은 히틀…ㄹ…흠흠! 

 

어쨌든 브랜드 가치나 인지도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이나 포지셔닝 전략도 엇나갔다고 합니다. 이때 쏟아부은 비용이 막대해서 집안 기둥뿌리가 뽑힐 뻔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와 사업 외에도 기둥뿌리를 뽑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죠.

 

페이톤 형은 2013 가장 망한 유럽차에 선정되기도 했고, 탑기어 영국에서는 ‘영국에서 살 수 있는 최악의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죠. 이 사촌 형과 비슷한 처지로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 쉐보레 크루즈가 있었죠.

 

다행히 마틴 빈터코른 관리소장 아저씨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폭스바겐이 잘 만드는 중소형 세그먼트에 집중하겠다!”라는 운영 방침을 밝히게 되었고 그 첫 예시로 제가 채택되었습니다.   

 

 

데뷔 시기는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입니다. 2006년 콘셉트카 형식으로 잠깐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죠. 그리고 한국에 방문한 시기는 2008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유가 급등으로 업계 친구들이 모두 몸집을 줄이고(소형화, 경량화) 먹는 밥도 줄이는(다운사이징) 과정을 거치고 있었습니다. 정말…보릿고개가 따로 없었죠. 다행히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작게 태어나서 고생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티구안이라는 이름은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를 합친 것이라 합니다. 포유류와 파충류의 만남이라니.. 상상이 안 되죠? 판타지에 나올법한 키메라도 아니고... 사실 두 동물의 모습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 두 동물의 강력한 파워와 민첩함, 그리고 파워 넘치는 운동 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작지만 강한 녀석”을 원했던 것이죠.

 

제 초창기 모습은 SUV이지만 우락부락한 정통 오프로드 친구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먼저 둘째 형 투아렉과 비슷한 모습이며 실루엣만 보면 직선 느낌이 좀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하고 정돈된 디자인이죠. 굳이 표현하자면 화려한 옷이 아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주얼 정장 같은 이미지가 되겠네요.

 

제 얼굴은 세단 친척들과 다른 이미지입니다. 직사각형과 원형이 혼합된 눈매에 우리 집 명패(엠블럼)가 큼지막하게 박힌 것이 포인트죠. 뭐, 특별하게 내세울 디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심플하니까요.   

 


인테리어도 투박합니다. 콤팩트 SUV인데 얼마나 기대를 하시려고요? 한 마디로 딱 필요한 기능만 넣은 듯한, 그리고 우리 집 셋째 형 골프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녀석은 2007년에 데뷔했는데 내부는 90년대네? 촌스럽네~”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굳이 화려하고 복잡할 필요가 있나요? 저처럼 기본기 좋고 튼튼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만약 인테리어가 별로라 안 팔렸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미안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저를 놀리시려면 제가 인기가 없을 때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한 가지 콤플렉스는 짧은 엉덩이(리어 오버행)입니다. 오래전 슈거의 아유미 씨가 “여자 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라 노래를 불렀지만, 저는 SUV라는 정체성 때문에 약점이 되기도 하죠. 바로 동급 친구들에 비해 비좁은 트렁크 공간입니다. 다행히 6:4 비율로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단점을 극복했죠. 원래 단점은 극복하라고 있는 겁니다.

 

덤으로 짧은 엉덩이 덕분에 주행성은 좋습니다. 그밖에 파노라마 썬루프가 있어서 시원시원한 제 성격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파크 어시스트 기능이 있어 운전자가 주차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제가 별다른 이유 없이 글로벌 스타가 됐을까요~

 

이제 제가 얼마나 잘 달리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그전에 안주 좀 더 시킬게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배고프잖아요.

(여기 맥주 2,000cc랑 슈니첼 추가요!) 

 


기본에 충실한 티구안



저는 튼튼하기로 유명한 골프형의 뼈대와 비슷합니다. 원래 골프형은 띄엄띄엄 용접하는 ‘스팟 용접'과 다르게 빈틈없이 꼼꼼히 용접하는 ‘레이저 용접’이 적용되어서 강성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 뼈대를 저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지붕이 튼튼한지 테스트 할때는 제 몸무게의 4배까지 견뎌서 최고 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플랫폼 우려먹기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플랫폼 단일화로 개발기간도 줄이고 차량 안정성을 보장하는 등 아주 현명한 방법이죠. 이런 걸로 뭐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볍게 웃어주고 넘어가면 됩니다.

 

제 덩치는 골프형보단 크고, 투아렉 형보다는 작습니다. 딱 SUV 시장 확대를 위해 등장했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렇다고 급하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폭스바겐 특유의 기본기는 철저하게 갖추고 있죠. 

  


제 심장은 한국에 들어왔을 때를 기준으로 2.0 I4 TDI 터보차저 디젤 엔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50마력에 34.7kg.m 토크를 가지고 있는데, 달리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1.750~2,500 의 심장박동 수에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어 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제법 좋습니다.

 

대신 100km/h 이상 높은 속력으로 올라가는데 꽤나 애를 먹습니다. 아시다시피 마력이 이렇다 보니… 뭐, 그래도 한국에는 아우토반도 없고 110km/h 이상 달릴 곳도 없는데 그 이상 필요한가요?  

 


2011년에는 모습을 조금 바꿨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주 사용하던 빨래판 같은 가로줄 패밀리룩으로 갈아입고 안전을 위해 피로 감지 시스템, 진보된 파크어시스트 시스템이 추가됐고 연비를 위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중립 기어로 변경되는 코스팅 모드를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저는 동급 친구들 중 너무나도 뛰어난 존재였나 봅니다. 제가 등장하자마자 운전자들은 앞다투어 저를 선택했고, 우리 집을 먹여 살릴 만큼 많이 벌어들였습니다. 원래 저 같은 스타는 많이 벌거든요. 

 

하지만 첫 데뷔부터 외모를 가꾸는 시기까지, 엔진 과열, 누수와 함께 잔 고장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때문에 한국 팬들은 수리 비용이 너무 나간다며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죠. 아, 그래도 100% 완벽한 차가 어디 있나요? 저도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죠. 안 그래요? 

 

자, 이제 제가 고생하던 시절을 이야기할 때가 왔군요. 공든 탑이 어떻게 쉽게 무너지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모, 여기 보드카 하나 추가! 아, 과일 안주도!)



뉴 티구안 등장!



   

2015년, 저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이를 보고 뉴 티구안이라 부르더군요. 한국에는 2016년에 방문해 활약을 펼칠 준비만 했습니다.

 

모습은 더욱 세련되고 덩치는 이전 보다 더 커졌습니다. 그래 봐야 몇 cm 커진 것이지만, 막상 보면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전에는 심플하고 차분했다면 이번에는 선과 각을 강조하면서 좀 더 복잡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캐주얼 정장에서 좀 더 일반 정장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특히 눈썹(LED 헤드램프)랑 코(라디에이터 그릴)를 좀 손봤더니 올곧게 연결된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짜식 성공하더니 인물도 훤칠해졌다?”라며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저도 의기양양해져서 (그래, 난 언제나 난 성공했지!)라며 속으로 기뻐했습니다.



 

좀 더 제 자랑을 하자면, 옆모습에 길고 굵은 선을 추가해 독일 출신다운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내부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첨단화된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되고 골프 형과 비슷한 감각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7세대로 발전한 골프형과 같은 뼈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골프형이 워낙 완성도가 높은 차다 보니, 제가 많이 배우기 때문에 가끔가다 비슷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죠. 때문에 매끄럽게 잘 빠진 친척인 파사트 GT나 아테온보다 올드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네요. 하지만 자동차는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잘 알고 계시잖아요?

 

또한 예전보다 넓어진 트렁크 공간 등이 이러한 불만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제가 아까 말했죠? 단점은 극복하는 거라고…

 

체력은 예전과 비슷합니다. 2.0 I4 TDI 터보차저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매달고 있어 150마력에 34.7kg.m 토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운전자들이 “이 정도만 돼도 충분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요? 물론, 가격 문제도 있지만요.

  

그 때 조작만 안 했어도... 



분명 이것저것 개선되기는 했지만, 숨겨왔던 제 비밀이 밝혀지면서 제 인기는 한순간 뚝 떨어지게 됩니다. 마치 추락하는 비트코인 주식 그래프 같았죠. 저는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빵~ 하고 터졌기 때문이죠. 제가 테스트를 할 때 호흡기 마스크를 끼고 달렸는데, 일부러 숨을 내쉴 때 각종 배기가스가 덜 나오도록 손을 봐 뒀었거든요…

 

망할 유로 배출가스 규제…그거 맞추는 게 쉽나요? 물론, 좀 노력하면 되기는 하는데 돈도 좀 아끼고 성능도 유지하고 뭐….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덕분에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세계 곳곳에서 판매정지, 리콜, 과징금 청구서가 날아들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작은집 아우디도 비슷한 꼼수를 부리다가 정의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집 곳곳에 빨간딱지 안 붙은 게 어딘가요? 이것도 감지덕지죠.

 

지금 여러분한테만 얘기하는 거지만, 사실 규제보다 최대 40배나 많은 배기가스 오염물질이 나왔었습니다. 몇 퍼센트만 더 나와도 난리가 나는 판인데, 40배라고 하니 수사하던 세계 여러 기관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했죠. 

 

슬쩍 눈치를 보니 “와! 답 없다. 얘가 이런 애였나?”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 울려 퍼지는 듯했죠. 어지간한 스캔들은 축에도 못 낄 만큼 심각한 사항이라 아무 말 않고 가만히 혼나기만 했습니다. 아, 바다 건너 일본 친구들이 저처럼 이것저것 많이 조작하다 한꺼번에 걸렸다던데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요?

 

(응? 술이 비었네… 딸꾹…) 



몇 년 동안 반성문도 제출하고 벌금도 내고하면서 자숙하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한국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으니 벤츠와 BMW 친구들이 날뛰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 폭탄 세일로 시장 잠식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단 파이를 키워놔야 저도 먹을게 생기죠. 안 그래요?

 

2018년 5월 한 달 동안 1,700여 명 정도가 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제 공백 기간이 긴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 제 팬들이 저를 잊지 않고 있다는 의미죠. 이게 바로 브랜드 파워라고 하는 거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을 텐데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네요.

 

자, 이걸로 대화는 마치도록 하죠. 원래 오늘 스케줄이 있었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것저것 자랑도 하고 한풀이를 좀 했네요. 어쨌든 제가 누군지 이제 알겠죠? 저 되에에에게 유명한 녀석이에요 (딸꾹…)

 

길 가다가 만나면 한 번씩 손 흔들어주세요! 그럼 저는 잠 좀 자러 가 볼게요. 내일부터 열심히 뛰려면 빨리 쉬어야 될 거 같네요

 

(이모오~계산은 이분들이 한대요!)




저는 티구안입니다. 다시 만나서 반갑죠?

글 / 다키 포스트

사진 / 폭스바겐, netcarshow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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