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외제차를 샀다. 나도 살 수 있을까?

Posted by DAKI MAGAZINE
2018.10.25 20:15 자동차 스토리&차소서&차소설


띠리리링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 꿀잠자고 있는 날 깨운 녀석은 사회초년생일 때 알게 된 친구였다.

 

여보세요?

~ 자냐? 오늘 날씨 좋은데 드라이브 어때?

드라이브? 갑자기 왜?

10시까지 너네 집으로 갈게!

 

잠결에 알았다고 하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하며 차도 없는 녀석이 무슨 드라이브를설마 차 뽑았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주말 10:20 AM - 친구의 차 자랑



10시까지 오기로 한 녀석이 20분이나 늦었다. 잠이나 좀더 잘걸…. 빌라 밑에 내려와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흰색 승용차가 내 앞에서 빵빵거린다. 짙은 썬팅(틴팅)에 운전자가 보이지 않지만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BMW 3 시리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내리는 친구 모습에 갑자기 빵 터졌다. 그 모습이 웃겨서 빵 터진 건지, 사촌이 땅을 사 배 아파서 빵 터진 건지, 당시 느꼈던 복잡 미묘했던 감정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

 

늘 차가 없어서 내 차를 얻어 타던 녀석이 드디어 차를 샀다니, 앞으로 내가 자주 태워주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심 부러웠다.

 

철민아 드라이브 가기 전에 세차하러 고고고

..내일 비 온다는데 무슨 세차냐?

아니야, 날씨가 흐리지 비 안 올걸? 세차장 고고


내 차는 i30 이다. 해치백이라 공간 활용성도 좋고, 차도 귀엽고 멋지게 생겼다. 운전하기도 참 편안하고, 그리고 길들이기를 잘해서 잘 달린다


그리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친구녀석 차가 더 좋아 보인다. 나도 세차하는걸 즐기는 편이지만 친구녀석과 함께 가고 싶진 않았다. 안 봐도 뻔한 상황이 연출될 듯 해서 말이다.



내 세차는 물만 대충 뿌렸고, 친구 차는 삐까번쩍하게 왁스를 올리고 곱게 펴 바르는 작업까지 하느라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옷은 쥐어짜면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솔로였던 우리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세차를 하러 다니는 통에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3년이 흘렀다 차를 바꿔야지


친구녀석이 의외로 소개팅 주선을 많이 해준 덕분에 연애를 하게 되었고, 결혼을 생각할 만큼 좋은 여자를 만났다. 결혼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가장 먼저 차를 바꾸고 싶었다.

 

지금 타고 있는 차보다는 큰 차이길 바랬고, 남들이 볼 때 밀리지 않을만한 브랜드의 차를 사고 싶었다. 사실 친구녀석 BMW를 보면서 악착같이 저금을 하고 있었다.

 

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차를 구입하게 되면서 친구녀석이 괜찮은 여친도 사귀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굉장히 부러웠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선수금으로 넣고 할부를 했을 때 금액] = [매월 갚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 해보니, 조금 무리하면 BMW3 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생에 외제차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어? 나랑 벌이가 비슷한 친구녀석도 타는데 말이야!”

 

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내 생애 수입차는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친구녀석을 보니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같은 직장 동료였고, 직급도 같다. 받는 급여도 비슷할 것이고, 집안 형편도 얼추 비슷했었다. 그리고 친구녀석에게 물어보면 수입차 유지비? 국산차랑 비슷해라는 말을 듣고선 자신감이 생겼다.

 

인터넷 댓글에서 자신감 UP!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나 스스로 BMW, 벤츠 오너가 된 것 마냥 네이버 자동차 카테고리에 소개되는 수입차 기사는 모조리 다 읽으며 지냈다. 수 많은 기사 속 유저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니, 벤츠, BMW는 신앙 수준이었다.


난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수입차의 승차감부터 엔진성능, 안전기능 그리고 브랜드 역사와 철학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국산차 보다 훨씬 우월 하다는 것을 여러 댓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 댓글만 보다 보니, 나 역시 벤츠, BMW 전문가가 된듯한 착각이 들었고, 수입차량의 장점에 대해 댓글을 다는 날도 있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수입차 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여자친구에게 큰소리를 쳤다. “나 차 바꿀 거야! 좀 좋은 걸로~ 기대해!” 라고 말이다. 처음 방문한 곳은 벤츠 매장이었다. 매장을 가는 내내 주변지인들에게 안부 인사차 전화를 걸었다.

 

~ 대식아~ 잘 지내지? 길가다 생각나서 전화했어.

웬일이냐? 요즘 잘 지내지? 어디 가는 길이냐?

응 차 바꾸려고 벤츠 매장 가는 중이야~!( 으쓱)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을 향하면서, 그렇게나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공기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시는 직원분과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견적까지 받아보았다.

 

옵션 살짝 추가하니, 5~6천 만원 가격으로 C클래스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비싸다생각보다


내가 벤츠 매장에 온 것은, 친구녀석에게 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BMW보단 벤츠를 사고 싶었다. 그 녀석 차를 볼 땐 실내가 그렇게 작은 줄 몰랐는데, 직접 매장 가서 앉아보니 2열이 상당히 좁고 불편함을 알 수 있었다. i30보다도 불편한 느낌이….

 

C클래스나 3시리즈는 D세그먼트로 중형세단에 속한다는데, 우리나라 준중형 세단보다 실내가 좁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브랜드 신뢰도가 있고, 디자인도 고급스럽고, 성능도 좋다고 하니, 실내가 좁은 건 신경 쓰지 말자.”

 

유럽 애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더 덩치도 클 텐데 충분히 타고 다니는 거 보면 별 문제 없을 거야! 아이 키우는 사람들도 소형차도 많이 타던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

 

스스로를 위한 세뇌의 주문이었는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동안 부어놓은 적금을 깨고 선수금을 마련했다. 여태 살아오면서 6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써보긴 처음이라 무지하게 떨렸다.

 

다음주에 차를 계약하러 가야겠다. 일주일만 기다리자!”

 

이렇게 큰 다짐을 한 다음날, 우연히 사촌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차 보험 일을 하고 있는데, 보험사 어디냐고 물었다. 난 잘됐다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 나 이번에 벤츠로 차 바꾸려는데 보험료 얼마나 될까?

벤츠로? 너 돈 많이 벌었구나..자식 부럽네.

수입차 자차보험은 꼭 넣어야 하고 나이 따져보면음 어디 보자대충 150~200만 정도 나오겠는데? , 이거 감당 되겠어?

….?! 뭐라고?!

 

현재 타고 있는 차 보험은 50만원 정도인데, 보험료가 왜 이렇게 비싼 건지.. 그리고 등록세 취득세까지 따져 보니 초반에 지출되는 금액이 너무나도 높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주변에 수입차를 타고 있는 지인들에게 신랄하게 물어보니, 원래 돈이 좀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보증기간까지는 괜찮지만, 뽑기를 잘못하면 엄청 고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디 한 곳만 고장 나도 수리기간이 길고, 차 값 대비 부품가격도 높다는 점

 

고민된다

 

일주일이 흐르고,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고


일주일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태어나서 한번도 혼자 번 돈으로 써 본적도 없었다그것도 몇천 단위의 큰 금액현재 타고 있는 차는 중고차로 구입한 것이고, 아버지가 돈을 좀 보태 주셨다.


6천만원이면 국산차 중에 EQ900급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시불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 것일까?

 

아니지, 주변에 같은 벌이로 살아가는 지인들도 수입차를 쉽게 쉽게 타는데, 나라고 못 타란 법 있을까?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네이버에 올라오는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너도나도 좋은 프로모션을 통해 구입하여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그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수입차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예전처럼 부러울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슴속에 조용히 물어본다. 허례허식으로 차를 바꾸는 게 아니냐고


과연 벤츠를 타게 된다면 


나는 많이 행복할까? 라고 말이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건가요? 수입? 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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