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자유인, 투스카니 엘리사 입니다!

Posted by TEXT ADMIN
2019.03.25 17:51 자동차 스토리&차소서&차소설




이야~ 오랜만이네요. 다들 안색이 밝은 게 잘 지내시나 보네요. 물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은퇴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잘 달릴 정도로 팔팔하답니다. 요새 벨로스터N, G70등 후배들이 자기소개를 하길래, 저도 추억이나 꺼내볼까 해서 나왔어요.

 

설마 추억이 없다고 말씀하진 않을 거죠? 굽이굽이 펼쳐진 도로를 지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던 그 때를 말이죠. --! 손 맛나는 기어 변속과 함께 부아아아앙!!!” 기합을 잔뜩 넣고 달릴 때면 여러분은 신나는 테크노 음악을 틀고참 즐거웠던 한 때였죠.

 

, 어쨌든 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볼게요. 지난번에 티뷰론 형님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어찌나 입이 근질거리던지

 

스포츠카에 가까워진 투스카니


ⓒ pe.iha.com


제가 스포츠카아니 스포츠 쿠페로 여러분을 만난 시기는 2001년입니다. 티뷰론 형님이 은퇴하면서 업무를 물려받은 뒤, 등장했죠. 제 이름은 로마의 고향, 이탈리아의 휴양지 이름인 토스카나(Toscana)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영어로 하면 토스카나가 투스카니(Tuscany)거든요. 그곳의 고상한 분위기가 제 컨셉과 어울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죠.

 

정식으로 일하기 전에는(출시 전) “GK”라는 이름으로 인턴생활을 했습니다. 일부는 Girl Killer의 약자 아니냐며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설마 그런 이름을 줬을까요. 제가 아니라 여러분을 지칭하는 이야기였을지도? 흐흐.

 

제가 인턴으로 일한 시기는 99 6월에 시작해서 26개월 정도 될 겁니다. 이때 현대차에서는 스포츠 쿠페 과정을 가르친다고 2450억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만큼 성과를 못 냈다면 참 실망이 컸겠죠?

 

이렇다 보니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어요. 설상가상 여러분 중 일부는 찬물을 끼얹더군요.

 

등장하기 직전에 인터넷에서 야 저게 무슨 스포츠카야 ㅋㅋ 0-100km/h 타이밍도 느린데 그냥 자동차지.”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 엄밀히 따지면 5초 이하는 나와야 끄덕일 텐데 제가 그때 8초였나 그랬거든요. 그래도열심히 훈련 중이었는데 김이 팍 새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훈수 두는 분들은 늘 있네요. (응원 좀 해주지 쩝…)



어찌 됐든 갖은 노력 끝에 오케이 런칭!”사인을 받고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아마 20019월쯤 됐을 겁니다.



제 외모는 스포츠카처럼 날이 서있고, 고급스러운 정통 유럽 스타일 스포츠카였죠. 미국의 머스탱처럼 근육펌핑 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름 각선미를 만들어서 세련된 맛은 있었습니다.



제 달리기 실력에 대해서 말씀 드리면, 우리나라 최초로 6단계로 힘쓰는 법(6단 수동 변속기)을 배워서인지, 기대를 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땐 4단 아니면 5단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제가 배운곳은 일본 아이치라는 곳인데 꽤나 평이 좋았죠.

 

그런데, 제가 좀 민감해서 저랑 함께하는 분들 일부는 출발하기도 전에 푸르르르륵…”거리며 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죠(시동 꺼트림). 제가 누구라고 이야긴 안 하겠지만, 언덕에서 어설프게 하다가 뒤 따라오는 자동차랑 하이파이브 한적도 종종 있었어요.


당시 폐활량(배기량)에 따라 GT, GTS, 엘리사 세 가지 이름이 있었는데 그 중 <엘리사>라는 이름을 참 좋아했어요. 엘리사라는 이름을 사용할 때는 가장 체력이 좋고 폼 났을 때거든요.



현대차에서 만든 2.7L 델타 심장을 얹고, 달리는데 최적화된 스포츠 용품을 착용해서 빠르게 달리면 222km/h까지 달릴 수 있었고,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8초면 충분했습니다. , 지금은 4.7초대도 나오는 후배들이 있지만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8초는 엄청 빠른 편이었죠.

외모도 엘리사로 활동하면 몸 끝 부분에 바람을 잘 타도록 스포일러를 높게 달아놓고 독일에서 담금질한 각종 달리기 용품(댐퍼, 스프링, 스태빌라이저 등)을 장착했습니다. 그밖에 숨을 더 잘 내쉴 수 있도록 듀얼 머플러를 장착하는 등 그 시절 튜닝샵에서나 볼법한 용품을 사용했죠.

 

그밖에 여러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JBL스피커까지 달아놓다 보니,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왜 드림카냐고요? 그 시절에 엘리사 스타일 기준으로 몸값이 2364만 원이었거든요 지금 물가로 계산하면… 1.51배니까, 거의 3600만원입니다. 그래요. 요즘 핫한 쏘나타 풀옵션보다 비싼 몸이라는 이야기죠.

 

여러분 3600만원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시는 분들 종종 계신데, 할부 때려도 은근 버거운 액수랍니다? 먹고 자고 입는데 돈 써야 되고, 세금도 내고 유지비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까요.

 

어쨌든 여러분의 우상으로 남아있으면서 밖에 나갈 때면 안녕하세요~ 엘리사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외쳤었죠. 그러면 사람들은 ~ 엘리사! 잘 달린다던데 부럽다!”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참 뿌듯했죠.


엘리사로 달릴 때면 기관지(흡기)가 좋아서 슈우욱!”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이게 또 여러분의 질주 본능을 일깨워 줬죠.

 

영국의 한 잡지사에서는 절 보고 베이비 페라리라 불렀고, 미국에서는 가성비 킬러로 유명했습니다. 간혹 가다 일부 서양친구들은 심장 튜닝으로 어디까지 버티나 고문아니 튜닝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2005년에는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한 차례 외모를 고쳤습니다. 좀더 날쌘 느낌이 들도록 눈매를 고치고 신발()도 바꾸는 등 인기 유지를 위해 부단히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바꾸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 쿠페로 자리매김했죠.

 

간혹 가다 어디서 투숙하니~”라는 말장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요. 음 뭘 의미하는지는 상상에 맡길게요.

 

튜닝천국 투스카니


제가 등장하면서 국내 스포츠카 1세대이자 최대 동호회인 투티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줬죠. 지금도 투티터 회원분들과 만나서 몸을 풀기도 한답니다. 그때 제 옆구리가 위로 올라가는 걸 윙 도어를 다는 분도 계셨고 번쩍이는 색으로 새 옷을 입혀준 분도 계셨죠

 

달리는데 몰두하신 분들은 제 체력 키워주신다고 더 좋은 호흡기(터보차저)를 선물해 주시기도 습니다.

 

그리고 제가 현역으로 뛰고 있을 당시에 투스카니 돌아다니는 거 보면 순정이 없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잘 달리게 생겼고 멋지고 하니까 약간 부족한 부분을 튜닝으로 드레스-업 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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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

거의 국민 튜닝 조합으로


헤드램프 블랙베젤


리어램프 튜닝


짙은 썬팅(틴팅)


HID 벌브


안개등 색상 변경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좀 더 보태시는 분들은


엘리사 전용 스포일러


TE37 역조 휠 타이어


종발이 서스


흡배기 튜닝


걸윙도어


하여간 튜닝 백화점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졌었죠.

 

문제는 적당히 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하면 좋은데 주변에 피해를 줄만큼 무리하게 하신 분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많이 혼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 눈 주변을 검게 칠하고(블랙베젤) 밖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검게 칠해버리니까, 또 안보인다고 HID같이 엄청 밝은 눈빛으로 바꾸고저와 함께하는 운전자는 멀쩡한데 주변사람들이 엄청 싫어하죠.

 

그리고 간혹 젊은 친구들이 패기 있게 저와 함께 하다가 감당이 안돼서, 얼마 못 가 시동 키를 반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몸값이 저렴해진 저와 다른 젊은 친구와 계약하고를 반복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었죠.



아무튼 열심히 일을 하다가 2008년 즈음 후임으로 들어온 제네시스 쿠페에게 바통을 넘기고 유유자적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같은 스포티한 차량들은 운동선수 같아서 은퇴시기가 좀 빠르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젠쿱도 은퇴시기가 빨랐을걸요?

 

요새는 은퇴를 했다고 하지만 몸은 멀쩡해서 사람을 구한적도 있어요. 졸음운전 하는 차량인줄 알고 정신차리라고 이야기 해주려는데 알고 보니 상태가 좋지 못한 분이더군요. 그래서 몸을 던져서 간신히 멈추고 병원으로 옮긴 추억이 있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 젊은 분들의 추억이자 드림카이고, 우리나라 스포츠카 역사의 기둥이라고 생각해요. 스쿠프와 티뷰론 형님이 주춧돌, 제가 기둥인 셈이죠. 요즘 벨로스터N이나 i30N, 제네시스 G70, 스팅어 등등걸출한 후임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 벅차답니다.

 

제가 후임을 양성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바라 건데 수 십 년 후에 제가 납골당으로 갈 때 즈음, 우리나라 스포츠카 후배들이 독일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대단하지만 한 번쯤은 챔피언 타이틀도 따고 그러면 좋잖아요?

 

제가 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팔팔하니, 혹시라도 제가 생각나시면 연락주세요. 이제 봄도 찾아왔는데 바람을 가르며 드라이브나 즐겨보자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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