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 전기차 사고, 대차는 아반떼? 장난이지?

Posted by TEXT ADMIN
2019.05.24 15:49 자동차 상식&칼럼

Quotelnspector.com, 출처 flickr.com CC BY-ND 2.0

정부의 지원금과 전기차 고유의 특징 덕에 소비자들의 구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겨우 100km 남짓한 주행거리 탓에 인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300~400km는 거뜬히 주행할 수 있는 차량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기존 국내에 보급됐던 대부분의 전기차는 국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았을 경우 약 2~3천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이 전부였으나 재규어,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 테슬라와 재규어의 전기차들은 1억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한다. 출시 당시에는 너무 과한 금액으로 인해 높은 관심만큼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예상외로 많은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졌다. , 살 사람은 산다는 이야기다.

 

ⓒ jaguar, 출처 jaguarkorea.co.kr

최근 강남 일대에서 테슬라 모델 S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성능에 OTA를 통한 시스템 업데이트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흥미를 느낀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4월 말 최종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지은 재규어의 ‘I-PACE’와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포르쉐의타이칸에 대한 관심도 또한 상당한 것을 고려해 볼 때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고 후 대차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차해준다더니 아반떼?

테슬라의모델 S’를 이용 중이던 이 모 씨는 사고 이후 수리를 위해서 차량을 맡겼고 대차를 신청했다. 그런데 대차 차량으로 동일 가격대의 차량이 아닌,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가 제동되었다.

 

이 씨가 보유 중인 테슬라 차량의 가격은 무려 11천만 원, 게다가 연간 보험료도 약 250만 원 수준이었다.

 

ⓒ tesla, 출처 tesla.com

내연기관 차량은 지난 2016년 자동차 보험 표준 약관 개정으로, 배기량 기준 렌터카 중 최저가 차량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이 아니어서, 대차 차량 지급의 기준점이 되는 배기량을 책정할 수 없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 표준 약관에는 전기차에 대한 기준이 없다.

 

그렇다면 이씨는 체급도, 가격도 맞지 않은아반떼를 제공받은 것일까?

 

전기차 대차 기준은 사이즈?

전기차의 대차 기준을 알아보고자 가장 먼저손해보험협회로 문의를 해봤다. 모든 손해보험 및 화재보험사를 총괄하고 있는 조직이기에 분명 전 보험사에 하달한 공문 내용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락을 시도해보니 담당 부서 직원과 연결이 빨리 되어, 무언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었다. 통화 내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다키 : 안녕하세요. 전기차 사고 시 대차와 관련한 내용이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손보협 관계자 : 네 자동차 사고 나면 제공하는 대차 말씀하시는 거죠?

 

다키 : 네 맞습니다. 근데 일반 차량이 아닌 전기차의 대차에 대해 궁금합니다.

 

손보협 관계자 : 전기차 대차에 대해서 어떤 부분을 문의하는 거세요?

 

다키 : 주변에서 전해 듣기로 테슬라 같은 비싼 전기차가 사고 났을 때아반떼를 제공받았다고 들었는데, 전기차는 어떤 기준으로 대차가 되는건가요?

 

손보협 관계자 : .. 죄송하지만 해당 부분은 저도 정확히 알지를 못하는데 아마 그런 사례가 있으신 거면 보험사에서 알지 않을까요?

 

다키 : 아 그럼 보험회사로 직접 문의하라는 뜻이신가요?

손보협 관계자 : 네 저도 정확히 몰라서 그렇게 하셔야 될 것 같네요. 저도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다키 : 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물어보도록 하죠 ^^;;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보험사 중 한 곳인 S화재 측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을 보자.

 

다키 : 안녕하세요. 전기차 대차와 관련해서 문의드리려 연락드렸습니다.

 

보험사 담당자 : 네 정확히 어떤 부분 문의하시는 걸까요?

 

다키 : 값비싼 프리미엄 전기차들이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차 차량으로아반떼와 같은 일반 승용차가 제공된다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대차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보험사 담당자 : 전기차의 경우 아시다시피 엔진이 없다 보니 현행 약관상으로는 명확한 지급 기준은 없는 상태입니다. 대신 손해보험협회에서 발송한 공문 내용에는 자동차 관리법에 나오는차량의 규모, 크기를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키 : 그렇다면 차량 금액과는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크기로만 대차를 결정하신다는 걸까요? 테슬라의모델 S’아반떼보다 훨씬 큰데 어째서 대차가아반떼로 진행됐다는 얘기가 있는 것일까요?

 

보험사 담당자 : 보험약관상 차량의 크기를 그룹화했는데 테슬라의모델 S’ 같은 경우 ‘D 그룹에 속하는 차량입니다. 해당 그룹의 경우아반떼혹은 ‘K5’와 같은 차량이 속한 그룹이다 보니 그중 가장 저렴한아반떼로 대차가 진행된 듯합니다.

 

다키 : 그렇군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규정이 없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고가 차량의 오너 입장에서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불만을 위해서 약관 개정과 같은 조치는 따로 없는 상태일까요?

보험사 담당자 : 표준 약관 변경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금감원이나 손보협에서 주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검토 중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키 : 네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다행히 S 화재 담당자의 경우 정확한 대차 기준을 알려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차량의 규모를 근거로 대차를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어째서아반떼와 같이 차이가 많이 나는 차량을 지급했는지 이해가 됐다. 하지만 고급 전기차의 오너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다.

 

보조금을 지원 받더라도 1억 원에 가까운 차량을 단지 사이즈를 기준으로 한참 저렴한 차량을 제공받는다면, 활짝 웃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굳이 비유해보자면 롤스로이스 팬텀 오너가 사고 수리를 위해 K7를 제공받은 격이다. 게다가 보험료는 차량금액을 고려해 비싸게 받으면서 서비스는 그에 미치지 못하니 돈은 돈대로 쓰고 본전도 못 건진 느낌일 것이다.

 

돈만 준다고 해결이 될까?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구매 장려를 위해서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구매 보조금이 가장 큰 혜택인데 2019년 기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최대 1,9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덕분에 대부분 4천만 원 이상 전기차도 실질적으로는 2천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물론, 테슬라와 같은 고급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더라도 1억 원에 육박하지만 결코 지원금이 적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공서, 대형마트 및 많은 인파가 몰리는 특수 지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점차 늘리며 충전 인프라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충전 문제는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

 

이외에도 전기차 구매자가 자택에 충전기를 설치할 시 설치 지원금을 지급해 개인 주택 같은 경우 충전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과 반대로 보험 및 제도적 부분에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보험은 가입의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은 운행을 할 수가 없다. 차량 구입 후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 사항인 것이다. 이는 자동차 종류에 상관없이 공통이다.

 

문제는 자동차 보험에 있는 규정들이 아직까지도 내연기관 차량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친환경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친환경차량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전기차에 대해 아쉬운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약관 내용을 정비하기 어려웠다면 적어도 분쟁의 요지가 많은 부분들은 임시 조항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모든 일은 돈이 능사가 아니다.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는 게 부당한 것이 아니라 그 금액에 맞는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에디터 한마디

본말전도라는 말이 있다. 일의 근본은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혔다는 뜻이다. 친환경차 구매 장려를 위해 각종 혜택은 억지로 만들어 내서라도 제공하면서 보험과 같은 필수적인 부분은 등한시하는 지금 상황과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고깃집에 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반찬도 많이 준다. 하지만 정작 고기가 맛이 없다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까?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던 본질적인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어떤 좋은 포장을 하더라도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친환경차 시장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민간이 발 빠르게 움직여,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각종 혜택으로 겉치장에 집중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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